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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미조미조
18.02.13
조회 수 1
추천 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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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읽어주셔도 좋고 안 읽어주셔도 좋아요. 넋두리 좀 정리해볼까 하고 쓰는 글입니다.



1년 남짓한 경력으로 들어온 중소기업 신입. 경력이라고 하기도 참 웃기지만 이 분들은 나름 나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나 보다. 옛날에 같이 일하던 분께서 어떻게 평가를 해 주셔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회사 규모가 워낙 작았어서 너무 오지랖 부린게 화근이었던 것 같다. 젊은이의 패기를 가지고 내가 뭔가 이 회사에서 해보겠다 생각하시는 분들??? 진짜 내 멱살 잡고 지옥으로 끌고 들어가시는 겁니다.
직속상사라고 있는 사람은 자료정리도 안 해놨고 이것저것 물어보면 대충 자기가 아는 선에서만 얘기하다가 결론은 따로 더 알아보라고 하는 회피형. 물론 도움이 많이 됐다. 미친듯이 공부하고 알아보고 다녔으니까. 지금 그 사람한테 배운 게 있다면 포커페이스 유지하는 정도?


입사 초기, 도무지 이 사수한테는 인수인계라는 것 자체가 불가하다고 생각해서 내 나름대로 일을 만들어서 하기 시작했다. 일단 원래 할 줄 알던 업무부터, 제일 익숙하니까. 그런 업무를 하다 보니 간간히 들어오는 업무, 잡일들, 그에 따른 문제점이 하나씩 생기기 시작하고 해결해 보려고도 했다. 물론 내가 혼자 해결을 못하겠으니 도움을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원인, 해결책과 다른 변수가 생겼을 때 대책을 생각도 안해보고 나한테 보고하는 거냐. 나름대로 연구하고 열심히 생각해서 보고하면 역공을 당해 버린다.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 훅 들어와서 당황하게 되고, 진짜 어버버버 하는 거지. 할 말도 생각이 안나.
초반에 회사 분위기 파악 못하고 원래 해 오던 대로 행동 하다가 쿠사리 엄청 먹고 조용히 다니고 있었다. 말 그대로 조용히. 예전엔 좀 밝고 명랑한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일 얘기 외에 거의 안 한다. 내 말투가 거슬린다고 하니 어쩔 수 있나. 몸에 밴 습관인데 아예 고칠 수가 없잖아. 최대한 말을 적게 하는 수 밖에.
그렇게 초반에는 이런 생각이 나를 지배하게 된 것 같아. 내가 무슨 말을 하든 이 사람한테는 멍청하게 들리는구나. 내가 문제점을 가져갔을 때 직접 힘들어요 도와주세요 말 하지 않아서, 그래서 그냥 문제해결의지가 없는 애로 생각 되겠구나.


그러면서도 제 오지랖은 끝날 줄을 몰랐나 보다. 내 눈엔 이렇게 문제들이 많은데, 왜 아무도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거야. 하... 나 밖에 없는 건가. 라며 닥치는 대로 일을 만들고 있었다. 제대로 지식도 없으면서, 서포트 해 줄 사람도 없으면서 다 내가...내가 해야 해. 왜? 아무도 안 해왔고 나중에는 더 큰 문제가 생길테니까. 내가 지금에라도 해결을 해야 하는거야. 그런 문제들을 혼자 해결하려고 하니 일과 시간에 일이 겹친다. 정말 꼭 해야 하는 일과 내가 만들어 낸 일들. 스트레스 받어. 하루가 끝나고 보면 제대로 해 놓은게 아무 것도 없으니까.
저녁까지 남아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집에서도 하고 주말에도 했다. 그래봤자 폭풍자료검색에 내 나름의 포맷, 시뮬레이션 따위를 만드는 일이었지만 아무에게도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건지 구체적으로 얘기하지 않았다. 이번엔 어떤 지적을 받을 지 그게 너무너무 두려웠거든.
내가 봐도 좀 잘 됐다 싶은 자료는 오픈을 했다. 오픈 했다는 건 계속 오픈해 두어야 한다는 것이지. 공식적인 내 업무가 늘어난다. 다른 문제점은 계속 생겨나고 심적 부담은 커져 간다. 여기서라도 그만 뒀으면 정말 좋았을 것 같다. 물론 회사를 그만 둔다는 건 아니고 내가 하던 모든 뻘짓을.


고구마를 보고 감자라고 했을 때 아, 그렇군요. 이건 감자군요. 라고 수긍해야 하는 게 이 회사안에서 통하는 상식이라는 걸 내 스스로 받아들이기까지 무수히 많은 시간이 걸렸다. 내 가치관과 신념은 윗사람들의 그것들과는 호환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린 건 가장 최근까지 세금문제로 힘들어 하고 있을 때였다. 일개 사원의 주장은 윗분들에겐 기계 소리에 파묻혀 가는 작은 새소리와 같다. 한 마디로 전혀 상관없다는 뜻.
저녁에 주말에 일하지 말라고 지적을 받는다. 이유는 일과 시간에 일을 다 못 끝내서 늦게까지 하는 것 아니냐고. 그게 남한테는 얼마나 니가 일을 못 하는 애로 보이게 하는지 아냐고. 물론 하루 8시간 중 업무집중시간은 정말 얼마 안된다고 한다. 그렇다고 내가 8시간을 집중해서 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일 하다 보면 일과 시간 내에 못 끝낼 수도 있다. 그리고 끝냈다고 치자. 내가 한 번 더 검토해보고 개발하고 내 일 가지고 놀 수도 있는 거지. 그게 그렇게까지 지적받을 일인가 싶어 억울할 따름이다.
일이 많으면 자기한테 넘기라고 했다. 그러면 늦게까지 일도 안하고 좀 덜 스트레스 받을 거 아니냐면서. 그 동안 난 할 수 있어요. 괜찮아요. 일 많지 않아요 얘기했었다. 내 선에서 힘들 일들을 초반에 얘기 하며 조언을 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내 요령을 탓하며 더 알아보라고 한 건 누구였는가? 일처리가 느리다, 기억력이 안 좋다. 요령이 없다 너만의 노하우를 만들어 봐라라고 하신다. 네, 난 일이 많은 게 아니에요. 경험자의 서포트와 이해만 충분하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을 뿐..


어쨌든 난 여기 있다. 두통과 울렁거림을 안고. 이제는 내가 뭘 하고 있는지도, 잘 하고 있는지 아닌지, 내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원동력은 있는지, 이 회사가 날 고용한 이유는 도대체 뭔지, 나아질 수는 있는지, 나아지려고 노력하지 않아서 이러는 건지, 어디서부터 잘못 된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이젠 알고 싶지도 않다.
술을 먹지 않고 울지 않는 날은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다. 혼자 집에 누워 있는 날은.. 여기서 떨어지면 머리부터 깨질까. 아니면 손목을 무딘 무언가로 아니면 손톱으로 마구 긁어본다. 한 손으로 목을 졸라본다. 내 손으로 목숨을 끊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기엔 내가 아직 즐겨보지 못 한 것들이 너무 많으니까 아쉬워서. 그리고 우리 엄마... 이러라고 날 세상에 보낸 게 아닐텐데.


소주나 한 잔 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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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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