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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드랍쉽
18.06.14
조회 수 5
추천 수 0
댓글 0

세무사사무실 6년차입니다. 나이는 서른 초반이에요.
6년차면 자리잡았을텐데 왜 퇴사하고 싶냐하시겠죠.

제 적성에 맞는건지 모르겠어요ㅠㅠ
처음부터 너무 힘들었는데 당장 생활비때문에 버티다보니 6년이 되었습니다. 이쯤되면 요령이 생겨서 즐기면서 일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근데 아무리 해도 즐길수가 없어요. 즐겨지지가 않아요.

매년 상반기 신고때마다 숨통 조이듯 바쁘고
바쁘기만 하나요. 세금문제다 보니 잘못 신고되지 않게 신경을 엄청 곤두서고
세무서에서 전화오면 심장이 두근거려요.
바쁜 와중에 아래 직원들이 퇴사하고 새로 들어오거나 하면 진짜 죽어나요.

무엇보다 거래처 사장님들 응대하는 게 세상 제일 힘듭니다. 이건 직업차별은 아니지만 통신사나 이런 상담원분들 고객이랑 통화하는건 일회성이지만 거래처들은 지속적으로 관리해줘야하는데 열번 잘해도 한번 못하면 그걸로 꼬투리 잡혀요.

거래처 사장님들 중에 심한 사람은 통화할때 종 부리듯이 하는 사람도 있고요.
기장료 밀려서 전화하면 돈 떼먹을 것도 아니고 때되면 준다는데 자꾸 전화하냐며 성질내고요.
카톡으로도 그러고. 아침 8시 저녁 9시 시간 불문하고 본인 필요하면 전화하고.
고지서 같은 거오면 득달같이 전화해서 왜 날라왔냐고 따지고.
어떤 아저씨 사장은 술집여자 대하듯해요.
미혼인데 일부러 결혼 했다고 했거든요.
근데 의심스러웠는지 주말에 남편이랑 뭐했냐 떠본 적도 있는데 진짜 거래 끊고 싶은 걸 참았습니다.
사무실 내방하면 은근 가슴골 쳐다보고요.

세무사사무실 직원이 아니라 동네 북이 된거 같아요.
거래처에서 세무문제로 곤란한 전화가오면 세무사님은 안받으려고 해요. 세무사님폰으로 사장님이 직접 전화 걸어도 일부러 안받아요.
그러면 사무실로 전화해서 저한테 화풀이...

몇몇 거래처에서 식사나 술 한잔 하자고 하면 그것도 스트레스입니다. 이런건 세무사님이 하는거 아닌가요? 하루종일 업무에 치이고 각종 신고에 서류정리, 전화응대. 진짜 농땡이 없이 부지런히 일하는데 퇴근후에 거래처 접대까지 하는건 아닌것 같아요. 많지는 않지만 가끔 거래처들 중에 가끔 요청하는 분들 있어요. 그럴땐 세무사님께 식사약속 원하는 분 있다 전달하는데 약속을 안잡으려고 해요. 그럼 제가 또 중간에서 곤란한 상황이 되고 약속이 잡혀도 제가 거길 꼭 참석해야합니다.

전화받는거 너무 힘들어요. 전화 거는 것도 다이얼 누르기전까지 스트레스 엄청 받아요.
못해서가 아니라 하기 싫어서요.
다른 세무사사무실 직원들보면 까랑까랑하고 드세기도 하고 사장들한테 기 안죽고 오히려 갑처럼 행동하는 여직원들 많던데
전 그게 안되더라구요.
6년차고 사무실 전화 거의 제가 다 받거든요.
아래 직원이 먼저 받지만 어차피 저한테 넘겨줘야해요. 상담해줄 사람이 저밖에 없어서요.
그럼에도 여전히 전화상담, 전화응대가 너무 힘겹습니다.

기장료 몇달 밀린 몇몇 업체는 사무실 사라지고 잠수 타는 경우도 있고... 아주 무궁무진 다양합니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월급쟁이인 제가 돈이 많겠어요. 자영업자 건설업 제조업 사장들이 돈이 많겠어요...? 비용처리 때문에 카드영수증보면 제주도에 베트남에 여행도 곧잘 가던데.
통화할때마다 “우리 너무 힘들다. 돈이 없다. 니가 나좀 도와주라. 진짜 힘들어서 죽는둥 사는둥 한다.” 이런 말 들을때마다 정말 짜증나고 화납니다.
어떤 사장은 장난식으로 “세무사사무실에서 세금 좀 내주면 안돼? 뭐 맨날 다 내고나면 남는게 없어~?”
아니 본인들 세금 내가 가지는것도 아닌데... 이런 거까지 다 받아주는게 세무사사무실 직원 할일인가...

바쁜 5월이 끝났는데 마무리해서 뿌듯하고 시원한 마음보단 허무한 마음 뿐이네요.
5월에 힘들게 일하면 뭐해요. 다른데들은 상여를 1달치 월급만큼 더 준다는데도 있는데 전 뭐.. 월급의 반정도 받았어요. 이거 받으려고 이렇게 힘든가 싶어요.
어차피 그 많은 조정료 세무사가 다 가져가잖아요.
사업장에 문제 터지면 전화응대는 제가 할텐데..
뭐 책임 자체가 세무사에게 있기 때문에 그 수수료 다 가져가는게 맞다고 보지만 그에 비해 제가 감당하는 심적스트레스가 너무 크네요.
종소 기장신고는 개인만 70개 신고대리까지 40개 정도 했어요. 수입금액 적어서 자질구레한거까지 하면 몇개 더한 것도 같아요.

월급은 세후 200정도에요. 솔직히 이직해도 이 월급 줄 회사가 있나싶어 그만둘수가 없어요.
세무사사무실 완전 박봉이잖아요.
같은 세무사사무실 갈꺼면 이직하는 의미도 없고 세무사사무실은 싫어요.
요즘 최저임금 오르고 경기가 너무 안좋아서 취업이 너무 힘들대서 이직이 너무 조심스럽습니다.

이렇게 일해서 언제 돈벌어서 노후 준비할지 걱정이 태산이고 일은 너무 적성에 안맞고
이직도 어렵고
앞뒤가 꽉 막힌 것 같아 요즘엔 위경련에 공황장애가 오는 것 같아요.
잠자려고 누우면 숨이 잘 안쉬어지고 심장인지 위가 두근두근 찌릿찌릿해요.

하반기 되면 좀 여유가 생겨서 좋을 것 같지만
다시 다음해의 지옥이 펼쳐질걸 알기에
도살장 끌려가는 가축처럼 하루하루 버티고 있어요.
내가 원하는 인생은 이게 아닌데.... 제 일을 즐기고 싶은데 너무 힘드네요ㅠㅠ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직업을 지금이라도 다시 찾아볼까 싶지만 두려워요.
차라리 공장에 취업을 할까 중소기업경리, 회계팀, 아예 다른 직종... 생각만 복잡합니다.
이러다 뭐도 안 되면 자살해버릴 것 같은 심정이에요.

그냥 누구한테도 털어놓을 수가 없어서 여기에서라도 푸념합니다.
다른 직장들도 이런 어려움들은 다 있겠죠...?
퇴사가 답이라면 그런 댓글도 괜찮고
어딜가도 어려우니 조금 더 버티는게 좋은지 아니면 그냥 따뜻한 위로라도 댓글 달아주시면 감사합니다.
그리고 두서없이 긴 글이지만 끝까지 읽어주신 분 있다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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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
2018.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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