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의 시절 2

생각을거스르는자 2026-08-21 10:56 조회 57
이어서....

==================================================================================

해는 여지 없이 뜹니다.

죽도록 마셔도 Y도 눈을 뜹니다.

저는 재수생에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하는 사람도 아니었고 그날은 금요일이었습니다.

Y가 수업이 없는 날입니다.

늦으막히 일어났습니다.

다리에 쥐가 난 것을 느낍니다.

무겁고 아픈 머리를 들어보니 Y도 조금 전에 잠에서 깬 거 같습니다.

베시시 웃는 모습이 참 예쁘단 생각을 합니다.

일어나기 힘들거단 생각도 합니다. 다리에 쥐가 쉽게 풀릴 거 같지는 않았습니다.

헝크러진 머리에 지저분해진 몸에 서로 번갈아가며 샤워를 합니다.

물론 Y는 다시 조신한 천사의 모습입니다.

수건만 두르고 나왔지만 절대 뒤를 돌아보게는 못합니다.

저도 재빨리 샤워하러 들어갔고 역시 아무 일 없이 집을 나와 해장국 먹고 영화보고 헤어졌습니다.

=========================================================================================

몇 달이 지났습니다.

Y와 저는 그저 그런 계속 같이 술 마시고 데려다 주고 그러면서도 사귀지는 않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이상하게 사귀자는 말을 할 수 없었고 Y도 그러한 거 같았습니다.

아니요. Y가 그냥 힘들어 보였습니다.

그 옆자리를 지켜주는게 제 몫이라고 생각이 들었지요.

또 밤에 불러 냅니다.

솔직히 그때 일 이후로 밤에 불러 내는게 무서웠지만 그 이후 그런 일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나갔습니다.

저녁, 약간의 술 그리고 잠시 걷자고 합니다.

(여자들은 할 말이 있으면 걷자고 하는 거 같습니다. 뭐 남자도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벤치에 앉았습니다.

맥주 먹고 싶다고 해서 한참을 그만 마시라 어쩌라 실갱이 하다가 두개 사들고 다시 자리에 앉았습니다.

고르고 골라 사람 없는데 잘도 찾아 앉더군요 ㅡㅡ;;;

홀짝 거리다가

말을 꺼냅니다.

Y "넌 내가 여자로 안 보이니?"

나 (아주 장난스럽게)"응~!!!"

Y (말투가 이상해 집니다.) "왜?"

나: (이상함을 약간 감지하면서) "야 우린 친구잖아~! 친구를 여자로 보면 안 된데~!"

Y: 담배 하나 줄레?"

나: "너 담배 안 피잖아~!"

Y: "하나 줘봐~~!!!"

나: "안돼! 배우지마! 이거 좋은 거 하나도 없어~!"

Y: "그럼 니 앞에서만 필테니까 줘봐~!"

한동안 싱갱이

나: "알았어!"

당시 저는 시판되는 중에 가장 독하다고 이름을 날리던 시가 비스무리한 담배를 피고 있었습니다.

Y: "콜록 콜록! 이런 걸 왜 피냐~!"

나: "거봐~!"

Y: "근데 이게 니 냄새 중에 하나네... 좋네...."

나: "딩!"

Y: "그날 왜 아무일도 없었을까?"

나: "..........."

Y: "무시당한 기분이야. 난 용기를 내서 니 앞에서 별별 짓을 다했는데, 넌 왜 그랬을까?"

Y: "내 친구들 이야길 들어보면 남자들은 그런 분위기에선 다 덥친다는데, 넌 내가 여자로 안 보이니?"

나: ".........."

Y: "휴..... 그런가보구나...."

살짝 울더군요... 진실을 말해주고 수습해야 했습니다.

나: "........ 너 화장실에서, 그리고 침대에서 나한테 뭐라고 했는지 기억 안 나?"

Y: "........응 잘..."

나: "무섭다고 했어. 내 옆에 있어 달라고...."

" 그런 여자한테 더 무섭게 하고 싶지는 않았어... 섹스는 사랑하는 사람이 온전한 정신에서 서로 철저한 동의 아래에서 하는 거라 생각해."

"울라 불라"

Y: "그럼 지금은?"

대답 대신 꼭 안아주었습니다.

입술을 찾는 거 같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안 풀어주었습니다.

안 풀어주니 Y도 포기하더군요.

그리고 또 울기 시작하더군요

한참을 안아주고 등도 쓰다듬어 주면서 이야기 했습니다.

나: "니가 지금 아프고 속이 상해서 곁에 있어줄 사람이 필요한 거 같아."

"니가 곁에 있어줄 사람이 필요하다면 친구로서 언제나 니 곁에 있어줄께."

"하지만, 그때부터 지금까지 니 아픔을 체우려고 그러는 건 아닌 거 같아."

"나도 니가 좋아. 아주 많이..."

전... 얼마 남지 않은 입영 날짜를 속으로 원망하고 또 원망하고 있었고 제가 대학생이 아니란 사실도 처음으로 원망해 봤습니다.

그리고 헤어졌습니다.

몇 번 같이 밥 먹고 술 먹고 그랬지만 더 이상의 진전은 없이 정말 좋은 친구처럼 지냈습니다.

Y의 방학이 시작됐고 Y에게 음성 메시지 하나가 와 있었습니다.

휴학한다고 잠시 외국에 갔다온다고

힘들다고

동생 일도 너도...

저도 답장을 보냈습니다.

밝아진 니 모습으로 돌아오면

그때

팔을 활짝 펴고 널 안아주겠노라고...

그리고 얼마 안 있다가 전 입대를 했고, 들리는 소문엔 좋은 남자 친구 사귀어서 행복하게 지낸다는 말까지만 들었네요...

어디선가 행복하게 살고 있기를 바랍니다...

사실 Y가 가장 아쉽기는 합니다.

자고 그런 문제를 떠나 참 참한 처자 였습니다. 마음도 이쁘고...

군대나 그런 문제들이 아니었다면 아마 사귀었을 거라 생각 됩니다.

하지만 지금 드는 생각에 Y가 저의 이상한 부분을 감당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제가 은근 어두운 부분이 있어서...

전 밝은 사람이 좋습니다.

Y도 밝아서 좋아 했습니다만... 그녀의 안 좋은 일이 그녀의 삶을 어둠으로 이끌었네요

밝아진 Y의 모습을 보고는 싶습니다만, 이제 모두 각자의 가정이 있는 어른이겠지요 ^^

누군가 천사와 같이 살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살짝 미소를 띠웁니다...
목록
댓글 0